비 오는 날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차가운 비 냄새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비가 많이 오는 날에 땅에서 이끼 낀 바위에서 나는 듯한 냄새가 나는데, 이러한 청량하고 산뜻한 자연의 냄새가 좋다고 합니다.
흙냄새 혹은 풀냄새 같은 비 냄새의 정체가 무엇일까요?
19세기 기록이 자료로 남아있을 만큼 비 냄새에 관심이 많았지만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비 자체에는 냄새가 없지만, 비가 내리면서 향기 나는 화합물이 특유의 비 냄새를 만들어 낸다고 합니다.
1964년 국제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비 특유의 냄새를 ‘페트리코(petrichor)’라고 칭했습니다. 페트리코는 고대 그리스어로 바위를 의미하는 ‘페트라(petra)’와 신화 속 신들이 흘린 피를 뜻하는 ‘이코(ichor)’의 합성어입니다. 바위 틈, 흙에 있던 식물성 기름 등으로 구성된 화합물이 페트리코 향을 유발한다는 것입니다.
페트리코에 가장 많은 기여를 하는 것으로 미생물 집단인 ‘방선균류(actinobacteria)’를 꼽습니다. 방선균류는 죽거나 부패한 유기화합물질이 단순한 화합물로 분해해, 식물이나 다른 유기체에 영양소가 되도록 돕습니다. 이 활동의 부산물로 ‘지오스민(Geosmin)’이라는 유기화합물이 만들어지는데 비가 오면 느껴지는 축축한 흙냄새 혹은 비 냄새의 원인이 되는 천연물질입니다. 알코올의 한 종류인 지오스민은 물방울이 땅을 적시면 공기로 뿜어져 나가고,, 비가 내린 후에 지오스민의 농도는 훨씬 더 높아집니다. 인간은 진화 과정을 거치며 아주 옅은 농도의 지오스민도 알아차릴 수 있는 민감한 후각을 가지게 되었고 향수의 원료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흙이나 바위 속에 있는 냄새 성분이 우리에게 전달되는 과정 자체는 제대로 밝혀지지 않다가, 2015년 메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의 켈런뷰이 교수와 정영수 박사가 과학저널 ‘네이터 커뮤니케이션스’에 빗방울이 떨어질 때 일어나는 현상을 관찰한 논문을 발표하면서 그 원인 중 하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페트리코는 빗방울이 땅에 떨이 지는 순간, 거품이 터져 생기는 미세한 방울인 에어로졸(airosol)이 빗방울 표면을 벗어나 대기 중으로 터져 나와 퍼지면서 나는 냄새라고 합니다.
에어로졸은 크기가 매우 작고, 자연 속의 미생물을 옮기며 환경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이 연구는 빗방울에 의해 지표면에서 일어나는 에어로졸 생성을 처음으로 직접 관찰했다는 점으로 주목받았습니다. 지금까지 대기 중에 있는 에어로졸은 대체로 바다 표면에서 거품이 터지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설명됐습니다. 연구진은 모든 비 냄새를 빗방울의 에어로졸 현상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비 냄새에 대한 명확한 원인을 좀 더 긴 시간이 필요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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