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의 주원료인 코코아 선물(先物) 가격이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지난 주말 코코아 선물 가격은 톤당 6396달러로, 한 달 전보다 10.2%, 연초보다 49.6%나 뛰었습니다. 지난해 3월에는 톤당 2775.48달러에 불과했습니다.
사탕이나 초콜릿을 주고받는 화이트데이로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 아닙니다. 코코아가 약 70년 전 곰팡이병으로 전 세계에서 폐사해 시장에서 사라진 바나나 그로미셸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 카카오의 약 70%는 코트디부아르, 가나, 나이지리아, 카메룬 등 서아프리카 4개국이 공급하는데, 최근 서아프리카에 엘니뇨(해수 온난화 현상)와 카카오 병충해가 덮쳐 생산량이 크게 감소했습니다.
기후변화로 서아프리카 재배지에 기온이 올라간 것이 문제입니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2050년 전 세계적으로 기온이 2도가량 올라가면 서아프리카에는 카카오나무가 살 수 없다고 발표했습니다. 기온이 올라가면 카카오나무가 병충해로 멸종할 위험도 커집니다. 실제로 코스타리카에서는 평균 기온이 올라가고 전반적으로 습해지는 기후 변화로 카카오나무에 곰팡이가 생겨 지난 1983년 코코아 수출이 96%나 급감했습니다.
앞으로의 전망이 좋지 않습니다. 코코아 가격은 당분간 지속해서 오를 예정입니다.
기후변화로 병해충은 확산하고 있는데, 서아프리카지역 카카오 농부들은 종자를 개량하거나 비료, 약을 쓸 여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죽은 코코아나무 대신 새로 카카오 씨앗부터 심으면, 열매를 맺기까지 5년이나 걸립니다.
네슬레, 허쉬 등 글로벌 식품 업체들은 초콜릿 함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 전략에 돌입했습니다. 네슬레는 지난 1월 영국에서 기존 제품보다 초콜릿 함량이 3분의 1이나 적은 신제품을 출시했고, 허쉬는 기존 판매 중이던 '초콜릿 프로스티드 도넛 킷캣' 제품 라인에 초콜릿 코팅을 절반으로 줄인 제품을 추가했습니다.
국내 초콜릿 시장 점유율 1위인 롯데웰푸드는 "당장 제품 가격을 인상하거나 초콜릿 함량을 줄이는 등의 방안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 일단 원료 수금을 다변화하려고 알아보고 있다"라고 했습니다. 롯데웰푸드는 제품 이름이 '가나'인 만큼 코코아빈을 가나에서 수입해 생산하고 있습니다. 초코파이 등 일정 제품에 초콜릿을 사용하는 오리온에도 가격 인상 계획은 없지만, 대응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코코아는 통상 수개월분을 미리 수입해 쌓아 놓는 만큼 소비자가 당장은 변화를 겪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업계에서 비축분을 모두 사용하기 전에 빠르게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시장에 큰 타격과 변화가 올 수 있습니다.
카카오나무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전 세계 과학자들이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코스타리카 열대농업연구고등교육센터(CATIE)는 30여 년간 야생 카카오나무를 교배해 유전자 다양성을 높여 곰팡이병과 가뭄에 강한 신품종들을 개발했습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연구팀도 지난 2018년 카카오나무의 특정 유전자를 제거해 질병 저항성을 회복시켰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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