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물질이 꽃향기를 분해해 꿀벌이 꽃을 못 찾아가게 방해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꿀벌의 수분 활동은 세계 식량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꿀벌의 수분 활동이 줄어들면 전 세계 농업 생산량은 8%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주요 농작물 수분의 79%를 꿀벌이 담당하고, 나머지 21%만 나비, 새 등이 차지합니다.
이미 꿀벌군집의 붕괴 현상은 일어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4월 기준 한국양봉협회 소속 농가 벌통 153만 7000여 개 가운데 61%인 94만 4000여 개가 폐사한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연구는 살아남은 꿀벌마저 제대로 활동할 수 없는 환경이라는 것을 시사합니다.
미국 워싱턴대 생물학과 제프 리펠(Jeffrey A Riffell) 교수팀은 이전 연구로 환경오염물질 '질산염 라디칼'이 꽃향기 화합물인 모노테르펜을 분해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라디칼은 다른 물질과 반응하기 쉬운 상태를 말합니다. 연구팀은 변화한 꽃향기가 수분 확률도 줄이는지 확인하기 위해, 미국 시애틀에서 약 280km 떨어진 산쑥 지대 달맞이꽃에서 꽃향기를 차단한 후 곤충 방문을 기록했습니다. 그 결과, 실제로 벌, 명주잠자리, 나방 등 곤충들의 방문 횟수가 줄어들었습니다.
연구팀은 대도시와 인근지역에서 뿜어져 나오는 질산염 라디칼이 꽃향기를 실제로 줄였는지 확인하기 위해 조사했습니다. 실제로 해당 지역에서의 꽃향기 이동 거리는 산업화 이전 대비 평균 5배 줄어들었습니다.
연구팀은 "배기가스의 질소산화물이 오존과 반응해서 생성되는 질산염 라디칼은 밤에 반응성이 높고 많이 축적되어 밤에 꽃이 피는 식물들의 향기에 의존해 꿀을 찾는 야행성 곤충들의 활동을 특히 방해할 것"이라며 "후가 교란으로 곤충들이 꿀을 찾지 못해 굶주리게 되면 생태계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꿀벌은 종에 따라 활동 시간이 달라집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연구가 진행된 적이 있습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연구팀이 400마리 꿀벌에게 무선주파수인식시스템(RFID) 초소형 장치를 부착한 후 이동을 조사했더니, 황사 등으로 공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면 길을 못 찾아 목표 지점으로 이동하는 시간이 두 배 가까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꿀벌이 비행이 어려워지면 생태계 구성원 모두가 영향을 받아 인간의 식량 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최근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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